직원 채용 시 선택 아닌 필수가 된 ‘평판조회’
경력직 수시 채용 늘면서 보편화 추세
경력직을 채용할 때에는 신입 직원을 뽑을 때와 다르게 한 가지 더 거치는 과정이 있다. 바로 ‘평판조회(Reference Check)’다. 평판조회는 이력서나 면접으로 알 수 없던 정보를 채용 후보자 주변인에게 물어 ‘소리 없는 면접’, ‘제3의 면접’으로도 불리기도 한다.
실제로 기업의 절반 이상이 직원을 채용할 때 ‘평판조회를 한다’고 답했다. 또 평판조회 결과에 따라 채용 하려던 지원자를 탈락시키거나, 탈락시키려던 지원자를 합격시키는 등 채용 당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판 조회가 채용 당락에 직결되기도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는 최근 국내 기업 639개사의 인사채용 담당자를 대상으로 채용 시 ‘평판조회 여부와 채용 당락에 미치는 영향’이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조사에 참여한 기업 10곳 중 6곳 정도인 59%가 ‘직원 채용 시 평판조회를 한다’고 답했다. 기업 절반 이상이 평판조회를 한다고 답한 것이다.
기업들이 평판조회로 확인하려는 것은 뭘까. 기업이 평판조회를 통해 확인하려는 가장 큰 요인은 ‘실무에서의 전문역량(58.1%)’이었다. 이어 믿을 만한 사람인지에 대한 ‘신뢰성(42.2%)’을 확인한다는 기업이 많았다. 다음으로 이력서에 기재한 경력과 성과를 확인하는 ‘레퍼런스 체크(40.8%)’, 상사 동료와 원만하게 직장생활을 했는지를 살펴보는 ‘대인관계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36.6%)’, ‘지원자의 인성(35.5%)’ 순으로 확인한다는 기업이 많았다.
특히 평판조회 결과가 채용 당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경우가 있다는 기업이 많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1.3%는 ‘채용이 거의 결정된 상태에서 평판조회 결과가 좋지 않아 탈락시킨 지원자가 있다’고 답했다. 반대로 ‘채용 결정을 못한 상태에서 평판조회 결과가 좋아 합격시킨 지원자가 있다’고 답한 기업도 59.7%나 됐다.
그렇다면 무엇이 채용의 당락을 가르는 걸까. 채용 당락을 가르는 평판조회 요인 1위는 ‘대인관계’였다. 평판조회 결과가 좋지 않아 탈락시킨 경우 그 요인이 무엇인지 조사한 결과, ‘상사나 동료와의 불화’를 이유로 꼽은 기업이 73.2%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성과를 과대 포장한 경우(44.6%)’가 다음으로 많았다.
반면 평판조회 결과가 좋아 합격시킨 경우에도 ‘상사 및 동료와의 친화력, 대인관계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응답률 67.1%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실무 전문성이 뛰어나다는 평판(54.7%)’으로 합격시켰다는 답변이 많았다.
평판조회는 전 직장의 직속 상사에게 확인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평판조회는 누구에게 어떤 방법으로 하는지 조사한 결과 ‘전 직장 직속상사(팀장)와의 전화통화(48.3%)’로 진행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이어 ‘전 직장의 인사담당자와 전화통화(42.4%)’, ‘전 직장의 동료와 전화통화(41.9%)’ 순으로 진행된다고 답했다.
◇기업 리스크 좌우하는 채용, 리스크 방지 위해 활용
평판조회는 채용 후보자의 학력과 경력, 자격은 물론 업무 성과의 진위 여부, 인성과 성격, 조직 기여도, 조직 생활의 문제점 등의 정보를 기존 조직과 조직 구성원, 주변인 등을 상대로 종합적으로 수집, 판단하는 채용 절차를 말한다.
기업 입장에서 직원은 중요한 자산이다. 채용 지원자의 업무 능력도 중요하지만, 인성이나 성격도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조직 전체의 생산력을 좌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뛰어난 역량이 조직 전체의 생산성을 기대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도 있고, 반대로 조직을 와해시키는 암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직에 적합한 사람을 감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인재 제일’을 철학으로 삼성을 최고의 인재 양성소와 인재사관학교로 만든 고 이병철 삼성 창업자도 “사업의 승패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는 데,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반반의 확률밖에 자신이 없다”고 생전에 토로하기도 했다.
사람을 뽑을 때 잘못된 결정을 내린 대가는 가혹하다. 고위직일수록 더 그렇다. 핵심 인재 한 명을 잘못 뽑으면 경영 손실이 그 사람 연봉의 20~40배에 달한다는 주장도 있다.
기업들이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 인∙적성 평가와 면접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을 검증하는 도구로 평판조회를 활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평판 조회의 주된 목적은 조직에 적합한 인재를 뽑는 것이지만 채용에서의 시행착오를 막아 리스크를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차, SK, LG, 롯데 등 주요 대기업이 공채를 폐지하고 경력직 중심의 수시 채용으로 채용 기조가 바뀌면서 경력직 평판 조회는 더 활발해지는 추세다. 이직이 보편화되면서 기업과 직장인들도 평판조회를 당연한 절차로 여기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평판 조회에 응하는 직장 동료들 역시 자신도 언젠가 이직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최근에는 전문적으로 평판조회를 실시하는 스타트업과 평판조회 서비스를 강화하는 취업 플랫폼이 늘어나는 등 관련 시장도 활성화되고 있다.
이미 미국에선 채용 시 평판 조회가 필수 과정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직을 못 하고 한 회사를 오래 다니면 오히려 무능력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보니 이직이 잦고 그에 따른 경력 검증 수단으로 평판조회가 발달한 것이다. 미국 인사관리협회(SHRM) 조사에 따르면 직원 채용 시 평판 조회를 하는 기업 비율은 92%에 이른다.
평판 조회 강도도 높다. 당사자의 개인 정보 제공 동의만 있으면 동료 평가 외에, 학력 검증과 신용 파산 여부, 범죄 이력까지도 조회한다.